무분별한 IPO 상장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신규 상장 기업들의 기업 평가 과연 납득할 수 있는지~

더단독 승인 2024.11.21 20:09 | 최종 수정 2024.11.21 20:21 의견 0

한국거래소 [CHAT GPT 이미지 생성]

한국 기업 상장, 과잉의 문제와 치킨게임의 현실

최근 대진첨단소재와 엠디바이스가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진첨단소재는 2019년 설립 이후 이차전지 공정용 소재와 부품을 생산하며, 2023년 약 64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엠디바이스는 2009년 설립된 SSD 생산 업체로, 지난해 9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47억 원에 달한다. 상장 주관사는 각각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이 두 기업의 사례는 한국 상장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GDP 대비 상장 기업 수가 과도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43,000개의 상장 기업 중 한국은 약 2,500개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의 GDP는 세계의 1.68%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시장의 상장 기업 수가 세계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진첨단소재와 엠디바이스는 각각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이 상장 이후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벤처특례, 기술특례, 바이오특례 등의 제도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상장 문턱을 넘었지만, 상장 후 재무 상태 악화와 지속적인 주가 하락 사례는 빈번하다. 이는 상장 이후 관리 부재와 퇴출 제도의 미비로 인해 시장 전체의 신뢰를 저하시킨다.

상장 기업 수의 과잉은 단순히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상승 잠재력을 제한하며, 투자자들 간의 치킨게임 양상을 초래한다. 부실 기업이 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동안, 우량 기업조차 평가 절하되고 투자 매력이 감소한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을 이탈하게 만든다.

IPO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이 유상증자 지분을 압도하는 구조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대주주는 IPO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지만, 이후 책임 있는 경영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업 운영에 대한 경영권 구속력이 약해지면서 투자자 피해는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IPO 과정에서 대주주와 투자은행만 이득을 보고, 일반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된다.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장 기업 수의 제한과 퇴출 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 신규 상장을 줄이고 기존 상장 기업의 관리와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성과를 평가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퇴출 조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IPO 구조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대주주의 지분율을 제한하고, IPO 과정에서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 증시는 상장 기업의 과잉과 관리 부재로 인해 본연의 기능을 잃고 있다. 신규 상장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장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시장 구조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정도기 기자 1113derri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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